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김현철 지음 / 마호
나의 점수 : ★★★☆
마음, 애도, 연애, 가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이다. 소소할 것 같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생각보다 무게가 있는 책이다.
책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단순하다 못해 허전하다. 한 장당 길게는 한 문단밖에 쓰여있지 않다. 짧은 문구로 감동을 주는 명언집 같은 거겠거니 하고 읽다보면 생각보다 난해한 문구에 당황한다. 조금 말랑말랑한 '연애' 파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완전히 이해하는 문장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연애 파트부터는 괜찮다. 가족 파트에서는 가끔 감탄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힘내라는 문장따윈 조금도 없는데 힘이 난다. 뒤늦게 힐링서라는 걸 깨달았다.
괜찮아. 넌 잘못하지 않았어. 책 전반에 걸쳐 제시되는 메세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로를 받은 문구는 연애 파트에 나온 '어긋난 관계는 쌍방과실'라는 문구였다. 그 외에도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보석 같은 문장이 즐비하다. '거짓말을 한다 = 진실을 말하면 위험하다', '상사가 두렵다 = 상사 앞에서 제어할 수 없는 신체적 흥분이 두렵다', 'House는 Home이 아니다.' 등등. 아마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한 문장 정도는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묵은 감정의 소화제 같은 책이었달까. 나도 모르게 묵혀둔 감정, 혹은 지금까지 무시했던 감정의 정체를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위로의 힐링이 아닌 카타르시스의 힐링. 독특한 책이다.
다만 앞부분의 난해한 문구들은 다시 읽어도 별로다. 문구가 난해한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곱씹어야 하는 글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명언집 같은 구성을 선택한 게 문제다. 디자인은 책에 대한 기대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자인으로 느낀 기대가 책 초반부에 짓밟혀버리니 첫인상이 좋지 않다. 부드러운 내용을 뒤에 매치한 것도 별로. 이걸 앞에 배치했어야 했는데.
또 저자의 주관이 너무 강한 어조로 쓰인 문장도 여러 있었다. 가령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이야기에서 '미안해하지 마라, 그들은 당신에게 온 순간부터 감사했을 것이다' 같은 문장이 마음에 안들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선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느껴졌다. 위로의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확답하는 문장이라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이런 식의 문장이 상당수 등장한다.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좋지만.
나도 모르는 나와 대면하게 해주는 책이다. 기존의 심리 저서들은 복잡해서 읽기 싫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1시간 남짓으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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