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토마스 셰리던 르 파뉴 지음, 최윤영 옮김 / 초록달
나의 점수 : ★★★
얼마 전 텀블벅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초록달의 '카르밀라'를 수령해 읽어보았다. 카르밀라는 개인적으로 유리가면에서 한번 보고 원본은 읽어본 적이 없는 작품인데,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소녀를 주체로 다룬 것도 희귀한데, 무려 '뱀파이어 소녀'의 이야기라니, 소녀성애자로서 읽어볼 수 밖에 없느니.. (경찰 아저씨, 잠깐만요.)
후루룩 완독한 뒤의 설익은 감상이지만 몇자 적어보자면, 소재가 범상치 않기는 하나 고전은 고전이라는 것. 요즘 장르문학 같은 느낌을 기대하면 상당히 지루할 것이다. 고전 동화 읽는 느낌으로 너무 빠르지 않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게 좋다.
카르밀라의 묘사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로라와의 감정선이나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도 좀 허무하게 느껴졌다. 일단 복선은 다 깔아놨고 뒷부분에서 버리지 않고 소화해서 좋긴 했지만 옛날 작품인만큼 기교가 없는 느낌이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번역이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카르밀라까지 읽고 잠깐 쉬려고 했는데, 문장에 이끌려서 그린티까지 다 읽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카르밀라보다 그린티가 더 좋았다. 묘하게 러브크래프트스러운 이 호러 단편은 무엇인가! 처음 부분은 약간 지루하고, 결말도 예견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중간 부분은 꽤 재미있었다.
책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일단 군더더기가 없고 책이 가벼우며 작아서 들고 다니기가 편하다. 책이 예쁘다보니 전작인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도 흥미가 생겼다. 아마 그 책도 조만간 리뷰하게 될 것 같다.
1인 출판으로도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이 나온다는 게 감동이다. 초록달의 열정을 닮고 싶다. 카르밀라의 내용은 조금 고루하지만, 번역의 질, 책의 디자인, 그리고 또 다른 단편 그린티의 으스스함만으로도 값을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고전 고딕 소설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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