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지훈
나의 점수 : ★★★★
당분간 새 책은 안 올리고 읽고 본 것만 업로드하기로 했는데, 이 책은 너무 좋아서 프리뷰부터 작성해야할 것 같다. 이사하는 겸 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생각없이 읽었다가 완전히 도끼로 얻어맞았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일점사를 날려주는 듯한 책이다.
쇼펜하우어의 이름은 익히 들어봤지만 책을 직접 읽어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니체를 공부하면서 띄엄띄엄 들었을 뿐, 실제로 쇼펜하우거아 어떤 문체로 어떤 글을 써왔는지는 들어본 바가 없다.
그래도 니체의 모태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니체와 비슷한 사상이 많다.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생각할 것,철저히 자신의 육체로 삶에 부딪칠 것, 이 단호하고 도도한 어조는 분명 니체와 비슷하다.
타인의 지식에 의지해서 얻어낸 것은 절대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이 쏟아낸 지식에 의존하지 말고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관습'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라는 것이다.
제목은 문장론이지만 사실 인생론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다. 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찌나 신랄한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장이 다 벌렁거린다. 대가의 맴매가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 다시 느끼는 중.
그러나 내심 너무 외곬수 답다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대가들이 외곬수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고, 그래야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기도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잘못 이해하면 자칫 자신의 생각에 갇혀버리기 쉬울 것 같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마라, 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듣든 네 생각으로 판단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짧고 쉬워서 금방 금방 읽고 있다. 완독 감상은 빠른 시일 내로 가져오겠다.
*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앞으로 쇼펜하우어 책 위주로 찾아볼 것 같다. 그만큼 좋았는데, 한편으론 그만큼 난처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장들이 너무나 명료한 반면, 몇몇 주장들은 공감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의 의식구조'라는 부분은 내 의견과 약간 달랐는데, 쇼펜하우어는 그때 그때 글의 흐름에 따라 '절반은 의식적으로 쓰고, 나머지 절반은 그 의식에 지배당하는 우연에 의해 쓰는 글'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글이란 모름지기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서 쇼펜하우어가 지적하는 글의 종류가 모든 문예 전반인지, 철학을 비롯한 비문학에 해당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문학 작품은 어느 정도 조임을 풀어놔야 풍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쇼펜하우어의 의견에 완전히 동조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집필 단계는, 처음과 끝의 얼개만 어느 정도 구성해놓은 단계에서 중간 과정은 최대한 자유롭게 쓰고, 퇴고 과정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글의 흐름에 따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전개가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써진 부분들이 작품을 살린다.) 적어도 초고 과정에선 체계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써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퇴고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쓰는 건 나도 반대지만, 일단 쇼펜하우어가 지적하고자 한 글의 종류가 무엇이고, 촉와 퇴고 중 어떤 단계의 설계도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살짝 난처했다. 다른 저서도 함께 읽어보면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 외에 무분별한 독서에 대한 이야기,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사색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비판은 가슴에 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책도 짧고 지금의 내게 필요한 내용도 많아서 이 책은 아마 한번 필사하게 될 것 같다. 다음 감상을 필사한 후에 가져오도록 하겠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