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나의 점수 : ★★★
킬미힐미 때문에 미쳐버리겠다. 내 일상 돌려줘ㅠ 창작 덕후라 남이 만든 물건엔 더이상 모에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백년 만에 덕통사고 제대로 당했다. 아, 나는 영원한 중2병 취향인가보다 ㅋㅋㅋ 라고 자조하면서 구한 책! 자그마치 600페이지가 넘는 반양장본 도서지만, 다중인격에 관심이 생긴 지금이 아니면 읽지 못할 것 같아 프리뷰를 작성해본다.
우리 도현세기찡은 정신에 좀 문제가 있다뿐이지 1인 7아이돌을 구현하는 매력 남주지만, 실존 인물인 빌리 밀리건은 그렇지 않다. 그가 가진 24개의 인격 속엔 진짜 범죄자도 있었고,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천재도 있었다. 매력적이라기보다는 두려운 인물이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이 작품 자체는 소설로 쓰여졌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른 부분도 많다고 한다. 일단 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왠지 읽다보면 그렇게 안 될 것 같지만(..)) 이런 캐릭터를 소재로 다룬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라 신대륙에 발을 딛는 기분이기도 하다. 다중인격의 증상, 당사자의 고통, 치료 과정 등등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
한때 너무 중2병스럽다고 버렸던 이중(다중)인격 소재를 다시 좋아하게 될 줄이야. 무섭다 취향! 무섭다 중2병!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
정말 무서울 정도로 페이지 잘 넘어간다. 이렇게 훅훅 넘기면서 읽은 책은 오랜만이다. 문체가 엄청 건조한데도 부드럽게 읽히고 마구 넘어온다. 서문만 봐도 작가의 필력을 알 수 있을 정도다.
p.8 오하이오의 신문들을 휩쓸었던 이 논란은 1981년 1월 2일자 《데이튼 데일리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밀리건이 마지막 범죄를 저지른 지 3년하고도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사기꾼인가, 희생자인가? 밀리건 사건을 조망하다. 조 펜리 기자 …밀리건이 세계를 속였는지 가장 슬픈 희생자였는지는 단지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아마도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훅 하고 들어오는 서문 못지 않게 본문도 퍽퍽 치고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2부가 가장 재미있었고, 1부와 3부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읽었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소설로서의 재미보다는 논픽션적인 재미가 강했달까. 서사적인 흐름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빌리 밀리건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밀착취재 하듯 받아 적은 게 많아서 1부와 3부는 감정적으로 크게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작품을 소설로서 읽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좀 말리고 싶다. 물론 작품 자체는 소설에 가깝긴 한데,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서사적인 구성은 거의 없고 빌리 밀리건의 입장에서 사건을 유기적으로 나열한 타입이라, 소설처럼 읽혀지기를 기대하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소설 형식을 빌린 일종의 심리학 보고서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좋다.
그래서 완독 후 느끼게 된 점이 몇개 있었는데, 역자님이 후기에 나보다 더 훌륭하게 정리해주셨더라(..) 그 책 후기가 내 감상이요, 허허. 이게 아니고(..) 아무튼 킬미힐미의 영향인지, 신기한 것보다는 안타깝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갈기갈기 찢어졌을까. 조각들마다 빌리 밀리건의 아픔이나 성격이 묻어나는 걸 볼때마다 특히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사실 모두 다중인격자다. 완전한 의미에서 단일인격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나는 누구이고, 내 안엔 누가 있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어쨌든 아픈 일이 있다면 외면하고 싶지 않다. 내 안에도 자리잡고 있을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이며, 비겁한 누군가와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 성장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치료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목표는 공존이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