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浪漫探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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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식


0233. 어른제국의 역습 애니메이션


 총점 : ★★★★☆

 어제 시간이 남아서 더빙판으로 봤다. 워낙 유명한 극장판이라 모든 내용을 다 알고 보는데도 재미있었다. 신형만(노하라 히로시)의 과거 회상 장면은 몇 번이나 봤는데도 또 울었고 ㅠ 요즘 짱구 극장판에서야 진지한 내용이 제법 자주 나오는 편이라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몰라도, 당시에 짱구 극장판 = 엽기적인 코믹 드라마가 공식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극장판이 나왔을 때의 임팩트는 상당했을 것 같다. 그때 봤어야 했는데!

 아무튼 뒤늦게라도 챙겨본 걸작 '어른제국의 역습'. 솔직히 첫부분은 지루해서 보다 넘겼다. 이 작품에서 제일 재미없는 부분이 첫부분; 엄마랑 아빠가 방송 보고 홱 돌아버린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몰입이 됐다. 혹자는 이 작품의 초반부를 호러(..)라고 하던데, 마지 호러. 짱구가 유치원 가려고 나왔을 때, 집 안에서 자기들끼리 이상한 표정으로 수근덕거리는 엄마 아빠 모습이 특히 무서웠다ㅠ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아이들만의 서바이벌 타임도 상당히 호러; 거의 재난 영화 수준이다. 기존의 짱구 극장판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파격적인 연출이다. 이 부분의 스릴감은 왠만한 재난 영화 못지 않았다. 음, 뭐 사실 연출 자체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버려진 상황의 리얼감이 상당해서 감정이입이 잘 된 편이랄까.

 후반부로 가면 작품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엔하 위키의 표현에 따르면 '미래가 희망차지 않다면 행복했던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더 좋은가' 버블 경제 시대를 추억하는 일본인들 입장에선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을 것 같은 주제다. 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봐도 꽤 짠한 주제였다.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건, 시대, 인종, 국가를 초월해서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는 거니까.
 
 나도 가끔 90년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는 모든 게 새로웠고, 매일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어떤 작품을 감상해도 그때만큼 솔직하게 감동하지 못한다. 내 경우에는 시대에 대한 향수라기 보다도, 순수에 대한 향수에 가깝지만 이 작품이 얘기하는 '과거'는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라 나름대로 몰입할 수 있었다.

 결말 부분에서 또 한 번 식겁. 짱구 답게 잘 끝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로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두 사람, 그들을 방해하는 비둘기 가족, 짱구의 '치사해요!'라는 외침. 짱구의 발언을 메타적으로 해석하면, '당신들이 지나온 과거만 보지말고, 우리가 걸어갈 미래도 봐줘요'로 들린다. 우리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 현재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겐 소중한 과거가 될 거란 사실을 일깨워주는 듯한 대사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요즘 나오는 모에계열 작품들 보고 학을 떼는 내가 좀 한심해보이기도 ㅋㅋ 어쩌면 이 작품들이 미래의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아, 눈물난다. 왠지 얘기할 수록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반개를 깎은 이유는, 아무래도 옛날 작품이다보니 어느 정도 고루한 부분은 남아있기 때문. 완전 명작! 걸작! 이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우오오오와아아아아! 하고 보기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약간은 클래식 보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좋다. 지루하거나 유치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 그래도 짱구 시리즈인 걸 감안하면 유치한 부분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작품이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타자 칠 때마다 자꾸 울컥해서 못 쓰겠다. ㅠㅠ 도무지 냉정하게 리뷰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그냥, 좋다. 가슴이 아프다. 따뜻하고, 그립다.